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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키보드 계의 끝판왕처럼 불리는 키보드들이 있습니다.

바로 '정전용량 무접점 스위치 키보드', 줄여서 무접점 키보드로 불리는 제품들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기계식 키보드가 비치된 PC방은 보기 드물었고, 일부 매니악한 사용자들은 직접 기계식 키보드를 휴대하여 PC방에 가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거의 모든 PC방에서 절대적으로 멤브레인 키보드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기계식 키보드는 흔한 장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무접점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와 다르게, 축전기의 축전량 변화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키 입력을 구분합니다. 또한 기판 위에 멤브레인 키보드에 쓰이는 것과 유사한 러버돔이 올라갑니다. 이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은 멤브레인과 별 차이가 없는 키보드가 아니냐는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실 사용자들의 대다수는 멤브레인과 확연히 구분되는 키감, 일명 "초콜릿 부러뜨리는 느낌"의 키감을 얘기하곤 합니다.



저 역시 기존에 리얼포스 R2 TKL PFU 버전을 사용해왔는데요. [포스팅 링크]

이 제품의 경우 저소음 버전으로 출시되어, 일반적인 무점접 키보드와 약간 다른 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에 리얼포스 R2 TKL PFU를 사용하면서, 해피해킹 프로페셔널 2도 종종 타건을 해보았는데, 마치 기계식 스위치에서 적축과 청축의 차이가 확연한 것과 같이,생각보다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해피해킹 프로페셔널 블루투스 버전 Professional PD-KB600 BT는 중고 제품으로 구입을 하였습니다. 이미 해피해킹 블루투스 버전은 새 버전인 해피해킹 하이브리드, 저소음 버전인 하이브리드 Type-s가 새로 출시 되었는데요. 덕분에 기존 출시 제품인 구형 블루투스 버전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존 사용자 분께서 꾸준히 사용해주셨는지, 장기간 방치 시에 발생하는 러버돔 경화로 인해 뻑뻑해진 키감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해피해킹과 같은 무접점 방식 키보드인 리얼포스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피해킹 블루투스 버전을 추가로 구입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리얼포스의 경우 블루투스 지원이 되는 모델이 없어 여러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에 불편함이 많습니다. 종종 라즈베리파이, 아이패드, 서브 랩탑 등을 조작할 일이 생기는데, 이 때에 유선 케이블을 갈아 끼우는 것은 굉장히 번거로운 일입니다. 책상 공간의 한계로 여분의 키보드를 비치하는 것 역시 불편한 일이구요. 사실 지금까진 필요할 때마다 매직키보드에 라이트닝케이블을 연결한 후, USB로 유선 연결하고 사용하곤 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휴대용 키보드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원래도 느끼던 것이었지만, 최근 Vim을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현재로썬 구형이 된 ~2019 전반기 맥북프로 터치바 모델의 Esc 키의 부재가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Esc 키를 종종 쓸 때마다, 실제 키가 없어 구분감이 느껴지지 않는 탓에 불편함을 느끼곤 했는데요. GUI 기반 텍스트 에디터를 쓸 때보다 수십배 이상으로 Esc 키를 사용할 일이 많은 Vim을 쓰면서, 터치바의 Esc를 쓴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문이었습니다. 또한,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일만 남은 맥북의 나비식 키보드 또한 호불호 갈리는 키감으로(저는 불호에 가깝습니다) 인해 종종 스트레스를 유발하였습니다. 

결국 저는 휴대가 용이한 키보드를 찾아 나서게 되었는데요. 사정권에 들어왔던 가장 유력한 모델은 포커 배열의 앤프로2였으나, 최신 Mac OS인 Catalina에서 사용하는 몇몇 유저분들의 이슈 제기를 보고 구입을 포기했었습니다. 또한, 생각보다 해피해킹 중고가랑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해피해킹은 굉장히 가볍습니다. 500g 대의 무게와 작은 파우치에도 쏙 들어가는 크기는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리얼포스 텐키리스 버전이 1kg에 육박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해피해킹의 메리트는 굉장합니다. 


마지막 이유는, 개발자라면 한 번쯤 써봐야 된다(?)는 묘사를 종종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키보드도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감성의 영역이 되겠습니다만, 적어도 해피해킹 배열을 가진 쓸만한 키보드가 동일한 가격대에서 해피해킹 외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해피해킹 배열은 Unix 운영체제 사용자를 비롯해서 Vim, Emacs 사용자에게 최적의 배열이라고 하는 데요. 사실 요 며칠간 Vimwiki를 이용하여 Github Blog에 개인적으로 개발 관련 정보를 정리할 요량으로 짬짬이 시간을 들여왔습니다. 자연스레 Vim을 계속 사용해보면서, 해피해킹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는데요. 키 배열표를 들여다보고, Youtube에서 팁 영상을 두어개 정도 찾아보며 열심히 두드렸더니, 어느새 fn키를 눌러 방향키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또한, Type-s를 타건해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저소음 버전이 아닌 것을 산 것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리얼포스로 저소음 무접점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저소음 버전을 또 하나 들였다간, 상당히 심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반적으로 Mac 유저에게 권장되는 조합입니다. 뒷판의 작은 플라스틱 판을 하나 들춰내면 딥 스위치가 나오는데요.

전원이 켜진 상태로 조절하면 고장날 수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뒷판에는 딥 스위치 조절 메뉴얼도 나와있습니다. 총 6개의 스위치 중, 1번을 Off, 2번을 On 시키면 Mac용 조합이 되며, 해피해킹의 경우 별도의 백 스페이스 키가 없어 3번 스위치를 On시키면 Delete키를 백 스페이스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4번 스위치를 On 시키면 좌측의 Command 키가 또 하나의 fn 키로 작동하며(저는 Off로 사용합니다), 5번 스위치는 On 시켰을 때 Alt와 Command 키가 서로 바뀌게 됩니다. 마지막 6번 스위치는 On 시키면 Mac 유저의 경우 잠들기 상태인 Mac을 해피해킹을 통해 깨울 수 있게 됩니다.

아래에 Fn+Q 조합으로 블루투스 페어링 모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나오는데요. 저는 종종 Fn키를 누른 상태로 Q를 눌러버리는 실수를 저질러서, 페어링이 해제되는 경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익숙해져야겠습니다 ㅠㅠ




역시 해피해킹은 명성처럼 코딩에 특화된, 재미있는 키보드인 것 같습니다. 비록 고가의 가격이긴 하지만, 사실 키보드를 사용할 일이 비교적 많은 개발자에게 키보드에 어느 정도 돈을 투자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보통 노트북이나 PC를 비롯해 키보드, 의자, 책상 등의 여러 작업 도구에 돈을 들이는 것을 악기 전공자가 악기와 부대 도구를 구입하는 것에 비유하곤 하던데요. 옵션 몇 개만 붙여도 금새 수백 만원 대의 중고차 한대 가격이 되는 맥프로 같은 제품이라면 몰라도, 무접점 키보드 정도는 충분히 부담없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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