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반응형

요즘 한창 인기 많은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리뷰입니다. 

이 소설을 읽은지도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가네요. 리디북스에서 한동안 계속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영화화가 된다는 소식에 궁금해서 구입해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잡은지 하루만에 모두 다 읽어버렸네요. 흡입력이 상당한 소설입니다. 저자 스미노 요루씨는 데뷔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본의 신인 소설 작가입니다. 원래 좋아하던 일본 작가들과는 작품 스타일이 상당히 달라서 처음엔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워낙 흡입력있는 스토리라서 금새 진도가 쭉쭉 나갈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상당히 기괴해보이기까지 합니다. 벚꽃이 만개한 소설의 표지와는 정말 상반되는 제목이죠. 표지에 등장하는 두 남녀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어린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약간 진부한 구성이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어느새 소설에 몰입해서 빠져나올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금 라이트 노벨스러운 문체가 거슬릴수도 있지만, 여기엔 일본어 번역체 특유의 어색한 느낌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쭉쭉 읽어 나가기엔 전혀 문제가 없으니, 가볍게 읽어나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이 소설은 라이트노벨 만큼의 가벼움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평범한 주인공 '나'는 그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을 겪게 됩니다. 바로 병원에서 같은 반 소녀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인데요, 거기 적힌 내용은 다름아닌 시한부 선고에 대한 것입니다. 그 사건 이후, 췌장의 병으로 인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쿠라'와 주인공 '나'는 애매한 사이의 친구가 됩니다.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주인공과 긍정의 아이콘이자 인기만점인 사쿠라의 조합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한 쌍입니다. 둘 사이의 공통점이라곤 그저 같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전부이지요. 그렇지만, 그 자그마한 공통점으로 두 남녀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쿠라에게 있어 주인공 '나'는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으면서도, 유일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녀가 죽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실 읽으면서 조금은 불편해질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녀의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기적이 일어나 그녀가 살아난다는 해피엔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작가는 책의 맨 첫 장에서 미리 못을 박아놓습니다. 그녀는 죽었습니다. 독자는 그 사실을 명명백백히 인지하고 책을 읽어가게 됩니다. 한 동안은 평온하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두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됩니다. 매력있는 여자 주인공과, 그녀에 대한 감정 변화를 점점 느껴가는 남자 주인공. 우리는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쿠라'이자 '나'가 되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갑니다. 우리의 감정이 두 쌍의 남녀와 동화되어 갈수록 우리는 점점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결말은 해피 엔딩일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두 남녀가 써내려나가는 스토리는 너무 매력적입니다. 텍스트를 통한 몰입과 동화는 감정을 더욱 자극합니다. 싸구려 신파극을 버무린 영화의 자극과는 다르게, 우리는 훨씬 더 주인공에 근접하여 이야기의 결말에 서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곳에서 한동안 감정을 음미하면서 마음껏 슬퍼하는 것이 이 책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만약 당신이 슬픔에 그리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껏 달아오른 감정에 눈물을 흘리며 집에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책을 부분부분 나눠서 읽게 된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전형적인 클리셰로 한껏 치장된 소설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책을 혼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확보한 후에 독서를 시작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고급스러운 문체와 치밀하고 독창적인 스토리를 가진 명작 소설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원초적인 슬픔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소설이었습니다. 


저에게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가볍게 읽히지만, 무겁게 느껴진다."


지루한 일상에 가슴 아린 자극이 필요하다면, 느긋한 저녁 오후에 차 한잔을 준비하신 후,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