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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 소식을 듣고 계속 읽어볼 기회를 노리다가, 드디어 오늘에서야 책을 집어들 수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서 탄생한 김동식 작가의 단편집, 회색인간 입니다. 이 분은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입니다. 작문에 대한 어떠한 교육도 없이 순수하게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작가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글과는 전혀 상관 없는 주물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는 점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머릿속으로 그려오던 단편 이야기들을  오늘의 유머 공포게시판에 꾸준히 올리던 것이 어느새 쌓이고 쌓여, 조금씩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출판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이 분의 글을 꽤나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책에 수록된 단편 중에서도 '아, 이건 옛날에 봤던 이야기 같네' 하고 느낀 것들이 종종 있었구요. 종종 보던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을 책으로 만나게 되는 경험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회색 인간은 총 24편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에 열 페이지 남짓한 짧고 간결한 이야기. 문체는 더더욱 간결합니다. 작문과 관련된 본격적인 교육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순수한 문체를 탄생시킨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장에서 군더더기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문장이 간결하다보니, 문단도 간결합니다. 한 문단에 많아야 네다섯 문장이 들어있고, 이야기의 흐름상 문단의 사이에 독립된 문장을 넣은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술술 읽힙니다. 재미있는 소설도 읽다보면 머리가 좀 지끈거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설의 대부분이 장편이다보니, 지금까지 지나온 배경 사건을 모두 머릿속에 입력시킨 상태에서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새로운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은 상당한 두뇌 노동입니다. 


 그런 점에서, 회색인간은 무척 편하고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재는 무척 신선합니다. 굳이 장르를 붙이자면 공상과학이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모두 결말이 깔끔하다는 것입니다. 몇 페이지 되지 않는 단편의 이야기가 전부 각자의 독특한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스토리는 사회비판적인 주제를 담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하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조금 질투가 날때도 있었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뉴스의 단골 소재중 하나는 국민의 독서량 감소입니다. 매년마다 성인, 청소년 가릴 것 없이 인당 연간 독서량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어떠한 유형의 책을 읽던간에,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는 굉장히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일입니다. 게다가, 독서를 즐기지 않는 요즘 세대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매력적인 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한 권이라도 완독을 해야, 그것이 지속적인 독서로 이어질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소설 본연의 목적에 굉장히 충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에게 순수한 재미와 흥미를 주는 소설이죠. 간만에 신선한 단편 소설을 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새롭게 독서 습관을 들이고 싶으신 분들이나, 신선한 이야기들로 뇌에 활력을 주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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