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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리뷰 할 책은 외국어 서적 부문에서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 PD님의 신간입니다. 외워봤니? 에 이어서, 써봤니? 라는 제목을 사용한 것을 보면, 앞으로 김민식 PD님의 저서는 '~봤니?' 시리즈로 쭉 나오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다음엔 어떤 제목의 책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데요, 저는 언젠간 '취미에 푹 빠져봤니?' 같은 제목의,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여러 취미를 가질 것을 독려하는 책'이 나오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봅니다.

 평소 드라마나 예능을 잘 보지 않는 저로서는, 과거에 저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 나오는 자기 계발서를 죄다 읽는 덕분에, 영어책 한 권 읽어봤니? 는 출간된 직후에 보게 되었습니다. 꽤나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읽고 난 후에도 상당량의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지금까지도 몇몇 구절들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사실, 저는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한 기회로 저자의 강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 김민식 PD님의 울산 지역 강연에 우연히 참석하게 된 것인데요, 강연을 들으며 책에서 봤던 사실들이 떠올랐습니다. MBC PD이자 노조의 선두에 섰던 인물, 어릴 적 TV에서 봤던 기억이 남아있는 시트콤 뉴 논스톱의 PD, 자원공학을 전공하고 통번역대학원을 거쳐 통역사의 경력까지 있는 굉장히 입체적인 사람. 책을 읽었던 저에겐 상당히 신선한 분으로 남아있었죠. 책의 주제를 넘어서서, 오히려 그의 인생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생산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생을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살고자 하는 인생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강연의 내용 하나하나가 더욱 머릿속에 깊숙히 파고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써봤니?' 가 나왔을 때 굉장히 기뻤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인생을 살아온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새로이 찾아왔으니까요. 게다가, 책의 주제는 굉장히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항상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글쓰기. 게다가 굉장히 직관적인 내용입니다. 일단 써라, 매일 써라, 쓰면 된다. 받아들이기 쉬운 메시지는 실천하는 것 역시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무척이나 와 닿는 내용이 듬뿍 담긴 책이었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세상에서 가장 쉬운 놀이이자 창작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방진 생각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는 의견이지만, 저는 감히 '쉽다' 는 말을 붙여봅니다. 쉽다는 것은, 가볍다는 의미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대중적이라는 의미에 가깝겠네요. 누구나 쉽게 접하고, 쉽게 행할 수 있는 놀이이자, 창작활동. 그게 바로 글쓰기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 앞이라면, 혹은 펜과 종이를 가지고 있다면,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머릿속으로 글감을 떠올리는 것이라도 할 수 있는, 혈혈단신으로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멋진 행위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글쓰는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 페이스북에 올리는 몇 줄의 스토리까지도 모두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일입니다. 그 양을 조금씩 늘리고, 간추리고, 정리하면 한 편의 글이 만들어지죠.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된 글을 써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당장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글쓰기도 앞에 수식어 하나만 붙이면 순식간에 고난이도를 자랑하는 창작 행위로 변모합니다. '어떻게 좋은 글쓰기를 할 것인가' 에 대해선 그 누구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 할 것입니다. 이러한,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도 누구나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저는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김민식 PD님의 책은 본인의 인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작가의 경험을 적당히 소개하면서 방법론을 제시하고,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는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이야기에 본인의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물론, 자기 계발서 중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계속 제시하는 책들을 본 적이 있지만, 이들 대다수는 저자의 자기자랑+성공 스토리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에 김민식 PD님의 책은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설득을 시도합니다.

'나는 이렇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됐어요. 여러분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기에, 책의 제목도 '~봤니?'가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작정 성공하는 인생 역전의 스토리는 재미가 없습니다. 사실적이지도 못 하구요. 서민 혹은 그 이하의 계층 출신 주인공이 재벌을 만나 인생 대반전에 성공하는 스토리의 드라마 소재가 이젠 진부하다 못해 온 동네에 넘쳐나는 쓰레기 마냥 버려지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겠지요. 반면에 김민식 PD의 스토리는 실패가 많습니다. 거듭된 실패를 열정과 노력으로 극복했다는 제2의 진부한 스토리도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숨어있습니다.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여기에 맞물려서 이렇게 다양한 굴곡을 지닌 한 편의 드라마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김민식 PD님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죠. 요즘에는 워낙 좋은 강연이 많고, 인터넷을 통해 접하기도 쉬워졌습니다. 그 많은 강연 중에서 저에게 김민식 PD님의 이야기는 단연 빛나는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일단 글을 써보라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에, 내용 자체를 리뷰하기엔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줄줄줄 써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나, 선뜻 시도해보지 못하고 있는 분에게 가장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관심이 없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테니까요. 100세 시대를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선 취미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아무런 준비 없이 할 수 있는 글쓰기야 말로 아무런 부담없이 시작 가능한 최고의 취미죠. 저 역시 취미로 글을 조금씩 써보고 있지만, 부족함이 많습니다. 때로는 힘들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글쓰기의 즐거움입니다. 

 저자는 이런 즐거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묻습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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